"모든 영광 하나님께…"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기독 국가대표 선수들이 믿음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기도로 대회를 준비해온 선수들은 기쁨의 순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다.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한국 체조에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도마 황제' 신재환(23·제천시청) 선수는 착지에 성공하자 환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픔을 딛고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신 선수는 충북체고 재학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12살 때 시작한 체조를 그만둬야 할 상황에 부딪쳤지만, 철심을 박고 재활로 보란 듯이 이겨냈다.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신 선수의 할머니 이영분 권사와 아버지 신창섭 성도, 어머니 전영숙 집사의 기도의 힘이 컸다.
신 선수와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본 조이풀교회 이관형 목사는 3일 통화에서 "온 가족이 늘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지치고 힘든 순간마다 하나님을 의지했다"며 "그 기도를 잊지 않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손자를 위해 기도했다는 이 권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며 "재환이가 지금처럼 기도로 의지하면서 선수 생활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도 남자 66㎏ 급에서 값진 동메달을 딴 안바울(27·남양주시청) 선수는 아버지 안철준 씨와 어머니 봉경숙 씨의 기도와 사랑 아래 세계 정상의 꿈을 담금질해왔다.
안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마누엘 롬바르도(이탈리아)를 상대로 한판승을 거둔 뒤, 매트 위에서 무릎 꿇고 손을 모았다.
경기 후 안 선수는 “이번 대회 준비 과정이 생각나 감정이 북받쳤다"며 “지난 5년 동안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주변에서 도와주시고 기도해 주신 분들이 많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형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은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유도의 다윗’으로 불리는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 선수는 남자 100kg 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도 중량급은 2000년부터 95㎏급이 100㎏급으로 바뀌었는데 이 체급에서 한국이 메달을 획득했던 것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장성호 선수의 은메달이 유일했다. 조 선수가 17년 만에 의미 있는 은메달을 추가한 것이다.
조 선수는 은메달을 확정 지은 후 두 손을 모아 기도 세리머니를 펼쳐 크리스천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 앞서 "기도는 휴식처"라며 "고된 체력훈련이나 슬럼프 앞에서는 지칠 수밖에 없는 데, 두 손을 잡고 기도하며 응답을 구하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밝혔다.
'시력 0.3의 총잡이' 김민정(24·국민은행) 선수는 대한민국 사격에 첫 메달을 안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김 선수는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10m 공기권총, 한때 세계랭킹 1위였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져 차선책으로 택한 25m 종목에서 짜릿한 은빛 총성을 울린 것이다.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 김 선수 부모는 "지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딸을 격려했다.
이 밖에 많은 기독 선수들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열정 넘치는 플레이와 찰나의 순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모습을 보이며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최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