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맞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에 있는 한 교회가 주민들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검단참좋은교회 유승범 목사(오른쪽)가 '자연공간 숨'을 찾은 주민을 응대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검단참좋은교회, 쓰레기 줄이는 ‘자연공간 숨’ 운영
 
평일 이른 시각부터 방문객들이 용기를 들고 와 주방 세제를 리필해 담아간다. 환경을 생각해 만든 주방용 천연 세제다.
 
마치 친환경 기업이 운영하는 센터와 같은 착각이 드는 이곳은 인천 서구 검단참좋은교회(유승범 목사) 안에 자리잡은 제로웨이스트 샵과 리필스테이션 ‘자연공간 숨’이다.
 
제로웨이스트 샵은 쓰레기 배출 양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장소다. 대나무 칫솔, 천연 밀랍으로 만든 다회용 랩, 삼베 커피 필터 등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 옆에 한 켠을 차지한 리필스테이션은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리필스테이션에서는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갈 수 있다.ⓒ데일리굿뉴스

검단참좋은교회 유승범 목사는 2018년 6월 교회를 개척했다. 하지만, 개척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됐다.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대면 전도가 막힌 셈이다. 유 목사는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환경 문제’에서 해답을 찾았다. 유 목사는 지난 5월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에 동참하는 ‘자연공간 숨’을 열었다. 교회의 일부 공간을 주민과 함께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유승범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사실 우리 동네에 교회가 생겨서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면서 “그런데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고 나서 지역 주민들이 기뻐하고, 이런 공간이 생겨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공적인 역할을 감당하며, 가치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교회의 존재 자체가 복음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찾은 주민들도 상당수다.
 
강영화 씨(50, 인천 서구)는 “제로웨이스트를 경험하고 싶었는데, 샵까지 (멀리) 가야만 했는데 가까운 교회에 있으니까 쉽게 와서 보니까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제로웨이스트 샵에 마련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데일리굿뉴스

교회에는 ‘우리동네 자원순환 센터’도 마련됐다. 주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교회로 가져오면, 유 목사가 구청에 전달해주는 중간 거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아이스 팩 전용 수거 상자도 있다. 집에서 버리기 어려운 아이스 팩을 교회에 가져오면, 주민센터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아이스 팩은 여러 번 재사용 가능한 제품이다.
 
검단참좋은교회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하는 올해의 녹색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이번 사례를 통해 교회 안 환경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현아 목사는 “동네에 있는 교회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쓰레기 없는 삶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제로웨이스트 샵을 교회들이 같이 대대적으로 운영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 속 환경 문제를 향한 교회의 관심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로웨이스트 샵이 환경을 생각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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