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우리의 일상은 단순하지 않다. '평범한' 일상은 수많은 사람과 사건에 둘러싸여 있다. 그 누구도 이목(耳目)을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정보를 100% 처리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확인하고 처리하려고 하다가는 결국 모든 것을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헬리콥터 뷰이다. 이는 헬리콥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작은 사물과 움직임은 무시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전체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헬리콥터 뷰만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1986년 발사 73초 만에 폭발한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디테일을 무시해서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챌린처 호를 발사하기 전에 한 경험 많은 오링(고무 패킹) 기술자가 추운 날씨로 인해 오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발사 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NASA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따라 발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오링이 얼어붙어 탄성을 잃어버렸고 그 사이로 연료가 새어 나와 우주왕복선에 불이 붙어 폭발한 것이다. 고작 0.28인치의 오링(고무 패킹)이 일으키는 문제는 무시해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던 안일한 태도 때문에 7명의 대원과 4,865억 원의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전체적인 맥락을 살피는 헬리콥터 뷰와 함께 디테일을 관리할 수 있는 마이크로스코프 뷰, 현미경 시점이 함께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시점은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시점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동역자가 필요하다. 헬리콥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도, 현미경을 가지고 일일이 들여다보는 사람도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헬리콥터에서 보거나, 현미경 렌즈를 통해 보면 사람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헬리콥터 위에서도 사람의 형태를 파악할 수는 있다. 현미경으로 사람의 피부 상태나 세포의 움직임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일만을 쫓으며 달려가다 보면 내 옆에서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울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는지, 아니면 실망과 절망 가운데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결국 함께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하고 있는 일도 어그러져 버릴 것이다.

발전적인 목표를 이루고, 탁월한 업적을 세우고,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은 분명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생명이며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막 8:36)라고 말씀하셨다. 세상 그 무엇보다 생명이 중요하다. 자기 생명만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대속하신 모든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다.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생명,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목표를 이루거나 계획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사람을 희생하는 것은 분명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헬리콥터에서 자주 내려와야 한다. 현미경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눈을 보고, 표정을 봐야 한다.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능동적으로 타인의 얼굴을 살펴야 한다.

하늘 보좌에서 내려와 우리와 얼굴을 마주하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의 생명을 구원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 
 

[이영훈 위임목사 인턴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