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좀 나아지더니, 최근 환자가 많아져 다시 정신없어질 것 같네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 바로 의료진일 것이다.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의료진은 더 숨 돌릴 틈이 없어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의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자신의 모든 생활을 버리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열심을 다하고 있는 기독 의사들이 존재한다.
 
 ▲1호 코로나19거점병원 '평택박애병원'.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환자 진료 중인 모습.ⓒ데일리굿뉴스

“한 생명이라도”…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도 평택의 한 코로나19 거점병원. 확진자가 집중되기 시작한 이후 의료진이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병원은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대란이 목전에 닥치자 자발적으로 병상 전체를 내놓았다. 대규모 공사를 거쳐 지난해 말 진료를 개시했는데, 전국서 의료진의 자원봉사 물결이 일었다.

근무 중인 병원에 한 달간 무급휴직을 내고 달려온 의사, 고위험군에 속하면서도 작은 보탬이라도 되겠다며 자원한 노의사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그 중에는 기독 의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신지훈 교수는 자신의 휴가와 안식월을 헌납하고 이곳을 찾아 2개월 전부터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해왔다.

10년 넘게 의료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신 교수는 “봉사의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휴가 중 작은 힘이지만 도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의료 인력 모집 공고를 보고 자원한 선교사도 있다. 2001년부터 서남아시아에서 의료선교를 해온 외과전문의 민형래 선교사는 의료봉사상을 받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봉사에 임했는데, 반년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

원래는 국내에서 6주 일정의 의료 연수를 받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연수마저 포기했다. 크리스천이자 의사로서 이 일이 자신이 감당해야할 사명처럼 여겨졌다.

민 선교사는 “이웃과 사회의 아픔이 나의 문제처럼 다가왔다”며 “성경 말씀에 따라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겠단 마음으로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특히 코로나 환자들은 도울 영역이 참 많다.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결국 위로와 격려가 일급 처방임을 강조했다.

평택박애병원 정재순 마취과장은 올봄 군의관에서 전역한 뒤 곧장 코로나 거점병원 근무에 자원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정 과장은 “오히려 아내가 적극적으로 가서 도우라고 격려해준 덕분에 오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상황이 고되고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가족을 돌본다는 생각으로 한 분 한 분 기도하며 진료에 임하고 있다.

그는 “환자와 의료진이 같은 마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운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란 확신이 있다”면서 “환자분들에게 이 믿음을 전하기 위해 늘 힘쓰고 있다”고 했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을 누구보다 아끼면서 궂을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인 모습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직원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사랑과 온정을 베풀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낮은 곳을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기독 의료진들. 그들에게 열악한 조건, 전쟁 같은 현장을 지키게 하는 힘이 뭔지 물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이 온전히 하나님께 쓰임 받길 원해요. 가진 것은 나누고 함께 더불어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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