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2,000명.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마음껏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해 점자 악보를 무료로 제작해주는 기독교 단체가 있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예산 감소로 점자 악보 제작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로암시각장애인 음악재활센터에서 음악 점역사와 시각장애인 교정사가 점자 악보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무료 점자 악보 3,400여 곡 달해
정부 예산 감소점자 악보 제작 어려워

서울 관악구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2012년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음악재활센터를 설립했다. 시각장애인의 다양한 음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점자 악보를 제작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점자는 손가락으로 읽도록 만든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총 6점(세로 3점, 가로 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위에서 아래로 1,2,3점,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4,5,6점의 고유 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음악 점역은 글자를 점자로 고치는 작업을 악보에 접목한 형태로 2017년 개정된 음악 점자 규정에 따라 통용된다.
 
점자 악보는 총 3단계에 걸쳐 작업이 진행된다. 1단계는 음악 점역사가 시각장애인에게 의뢰받은 악보를 점자 악보로 제작하는 단계다. 컴퓨터 점역 프로그램과 키보드를 연결해 악보의 음을 하나씩 찍어낸다. 2단계는 시각장애인 교정사와 함께 2인 1조로 팀을 이뤄 교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교정사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악보에 기록된 계이름과 음악 기호, 가사 등을 낭독하고 점역사는 잘못된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교정한다. 마지막으로 교정이 완료된 점자 악보를 최종 점검하여 전문적이고 품질 높은 점자 악보로 제작한다.
 
작업에는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된다. 완성된 점자 악보는 음악재활센터 홈페이지(www.musicbraille.org)를 통해 국내외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완성된 점자 악보만 무려 3,400여 곡이 넘는다. 이 중 찬양 악보도 800여 곡에 달한다. 성악, 건반악기, 현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비롯해 대중음악, 종교음악 등 모든 장르에 상관없이 제작된다.
 
점자 악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악기와 목소리를 통해 마음껏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손으로 점자 악보를 느끼며 비장애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유자영 음악 점역사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악보를 통해 자신이 음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유 점역사는 "점자 악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격스러워한다"며 "비장애인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까지 제공해주는 점자 악보 사업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25만명인 반면 음악 점역사는 전국에 약 60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마저도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이 감소하면서 점역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비해 갑자기 정부의 지원이 3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점역사 수가 줄어들면 원활한 점자 악보 작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유 점역사는 "예산이 많이 줄었다. 점역사들이 원활하게 제작을 해서 보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모든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동등하게 점자 악보를 요청하고 제작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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