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 국무부는 '2020 북한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부는 북한이 다양한 인권 문제를 지니고 있다면서 강제 실종과 고문, 정치범 수용소, 사생활 침해, 강제노동 등 총 23개 사항에 대한 인권 유린 실태를 지적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인 자유와 인권.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인간의 기본권조차 배제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개천14호 정치범 수용소 피복공장에서 일했던 신동혁씨는 재봉기 받침대를 떨어뜨려 손가락이 잘리는 처벌을 받았다.ⓒ데일리굿뉴스


북한 인권 알리는 시설 부재...관심갖고 기억해야

6·25를 앞두고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는 '북한-홀로코스트 사진·영상 전시회'가 열렸다. 북한홀로코스트박물관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홀로코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한다. 특히 1945년 1월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나치 정권에 의해 학살됐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홀로코스트보다 심각한 반인도적 행위가 북한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전시회 곳곳에는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노동교화소의 현실을 표현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재봉기 받침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손가락이 잘리는 처벌은 물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채 강제 노동을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정치범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루 100g의 콩밥과 소금국을 받아먹는다. 일주일에 30분씩 주어지는 햇볕쪼이기 시간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 북한 주민들이 동물처럼 풀을 뜯어먹기도 한다. 이 마저도 들키면 두들겨 맞고 때로는 죽기도 한다.
 
전시회 한 쪽에는 직접 북한 수용소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도 전시돼 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전 국제사법재판소 판사 토마스 버건탈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상황은 내가 어린 시절 나치 수용소에서 보고 경험한 것처럼 끔찍하거나 더욱 심하다"고 밝혔다.
 
22호 회령 관리소를 경험한 한 탈북민은 "수용소에는 여자들이 생리를 해도 씻을 천 조각 하나 없고, 유방을 가릴 천이 없어 동물처럼 다닌다"며 "인간의 존엄을 버리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연히 동물화, 야생화되어 짐승으로 변한다"고 증언했다.
 
온갖 인권유린의 이유로 각종 고문과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수용소는 마을 규모로 북한 지역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회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정부는 6개의 관리소와 20곳 이상의 교화소를 운영 중이다.  국가가 정부에 적대적이라고 판단하거나 정치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무기 징역을 선고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가족의 일원이 혐의가 있거나 체포되면 다른 모든 가족들 역시 구금한다.
 
또 성경책을 반입해서, 하나님을 믿었다는 이유로 수감된 기독교인만 최대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그레이스선교교회 황은혜 목사는 하나님을 믿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던 할아버지의 삶을 전했다.
 
황 목사는 "공산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열 손가락이 다 뽑히고, 앉아서 주무시고, 온 몸에 막창이 나고 고름이 곪아서 살 수 없었다고 들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에 반대하는 자, 즉 예수 믿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해 일회성 전시를 넘어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경우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 독일, 호주 등 17개 국가에 기념 박물관이 세워졌다. 반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실상을 알리는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홀로코스트박물관추진위원회 지현아 대표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똑같은 현실이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어디에도 북한 인권에 대한 박물관은 없다. 관심조차 없다"며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현실을 알리고 기억하고 기록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옥의 문은 안에서 열 수 없고 밖에 있는 우리가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북한-홀로코스트 사진·영상 전시회'는 서울 종로구 카페 '자연의 길'에서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25일에는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한 영화 '사랑의 선물' 상영 후 김규민 감독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북한-홀로코스트 사진·영상 전시회' 개막식에서 북한홀로코스트박물관추진위원회 지현아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박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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