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폐쇄된 조직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군 사법 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사진제공 = 연합뉴스)

공군 부사관의 성폭력 사망 사건을 두고 파장이 크다. 해당 사건 피해자인 A중사는 지난 3월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즉시 피해를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소속 부대에 20여 차례 성 고충을 호소했지만 적시에 조치가 없었다. 도리어 부대 상관들의 사건 은폐, 회유 등 조직적인 2차 가해가 지속됐다. 결국 피해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날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관련 사건을 초기에 넘겨받은 공군검찰이 두 달간 가해자를 조사한 횟수는 ‘0회’.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이 공군 최고 책임자인 참모총장에게 보고되기까지는 한 달 하고도 12일. 서욱 국방부 장관까지 보고된 시점은 그로부터 또 한 달이 지난 5월 25일. 이미 피해자가 숨지고 난 뒤였다.

군대 내 문제, 이 뿐만이 아니다. 부실 급식 폭로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오징어가 없는 오징엇국, 시리얼 20알 등 부실 급식 제보가 잇따랐다.

급식 갑질 관련 제보도 터져 나왔다. 지휘관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 잔반, 코푼 휴지 등 쓰레기마저 취사병들이 취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군은 장병 급식 환경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하루 급식비를 7월부터 1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대 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특유의 폐쇄적 문화를 꼽았다. 상급자들이 진급을 거론하며 압박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25%가 사건 축소·은폐 압박을 받았고, 피해 경험 응답자 중 기관에 보고·신고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군 수사 제도도 비판에 직면했다. 부대 지휘관이 수사와 기소, 공판까지 모든 군 사법체계를 관장하는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휘관이 승진 누락 또는 문책을 우려해 자신의 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꺼려 재판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부대 지휘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국방부는 ‘장병 생활여건 개선 전담팀’ 출범 회의를 열고 장병 급식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기로 했다. 급식뿐만 아니라 범죄 수사에도 민간이 개입된다. 성추행 피해 여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다루기 위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성폭력 전문가 등 민간인이 참여한다. 군검찰 차원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사법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자족이나 독자 능력을 중시하는 군 특성상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을 창설하라는 내용이 담긴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항소심을 민간법원에서도 맡도록 하고 1심을 담당하는 군사법원을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 전문가는 “군사경찰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권을 갖도록 하고, 수사대를 이원화해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통합 관리해야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군사법원법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해 병영문화 개선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인 개선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하면서 군사법원법 개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다. 
 
 

[하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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