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신성 모독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됐던 기독교도인 아시아 비비에 이어, 역시 신성 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현지인 기독교인 부부가 1심 후 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신성 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현지인 기독교인 부부가 1심 후 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31일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아시아 비비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무슬림 (EPA, 출처=연합뉴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고등법원은 샤프카트 에마누엘·샤구프타 카우사르 부부와 관련한 신성 모독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14년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수감 중이던 이들은 7년 만에 풀려나게 됐다.
 
이들 부부의 변호사인 사이프 울 무루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의지할 곳 없는 이들 부부가 풀려나게 돼 기쁘다"며 법원 명령이 공식 발표되는 6월 둘째 주 중에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신성 모독법은 이슬람의 교조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자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이들 부부는 2013년 신성모독 관련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를 이슬람 신자에게 보낸 혐의를 받았다.
 
부부는 누군가 분실된 카우사르의 신분증을 이용해 전화를 개통한 뒤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문자는 영어로 작성됐다. 부부는 문맹이라 로마자 알파벳조차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수감됐다.
 
현재 2억 명 인구의 파키스탄에 기독교 신자는 약 1.6% 정도다.
 
국제인권단체는 파키스탄의 신성 모독법이 현지 기독교계 등 소수 집단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유럽의회도 에마누엘 부부의 상황 등을 제기하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규탄안을 채택하고 파키스탄에 대한 관세 혜택 폐지를 검토해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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