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집·일자리 절박감…미래 불안 해소가 관건

“절박한 마음이죠. 이거라도 해야 희망이 있으니까요.”

직장 생활 2년 차인 이 씨(31)는 여기저기서 수익을 봤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식 투자에 나섰다. 지금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아서다. 이 씨는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혼자 기회를 잃고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 투자를 선택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처럼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에 뛰어든 2030세대가 늘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청년층이 급증했는데, 여기에는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030세대가 고수익 재테크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불안한 경제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만 2030세대 250만 명이 가상화폐 계좌를 신규 개설했다. 이들 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데는 ‘불안 심리’가 기저돼 있다. 집값 상승과 경제 불황, 고용 악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취업난과 경제 불황까지 겹치며 청년층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에 따르면 연 소득 5분위 중 3분위의 중위계층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선 15.6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든 소득을 저축해야 한다.

청년 실업률도 지난 3월 기준 10%로 전체 실업률 4.3%의 두배를 넘었고,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도 25%를 웃돌았다.

이런 현실에 큰 벽을 느낀 다수의 2030세대가 위험도는 높지만 잘하면 한몫 잡을 수도 있는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이에선 자산 증식 없이는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단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재테크 이유로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을 꼽았다.   

2017년 ‘1차 코인 열풍’이 일었을 때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서 씨(29)는 “월급으로만 생활하기에는 사실상 어렵다”며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대비는 이제 필수가 됐는데, 자산증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젊은층의 투자 형태가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를 하는 ‘영끌’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빚을 내서라도 재테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완선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취업이 어렵고 자산 증식이 쉽지 않아 경제적 결핍감이 심하다”면서 “이를 해소하려는 조급증에서 투자 형태가 도박으로 흐르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현재 투자 열풍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질 좋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해 젊은층이 자산을 모으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산업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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