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사진출처=커넥트 픽쳐스)


미혼모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선희 엥겔스토프(SunHee Engelstoft) 감독의 데뷔작 '포겟 미 낫(Forget me not): 엄마에게 쓰는 편지'다.

한국 이름 신선희.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생모를 찾고자 방문한 한국에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을 비밀로 한 채 출산을 기다리는 미혼모들과 마주한다.

이들로부터 과거의 엄마는 왜 먼 타국으로 자신을 입양 보내야 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영화는 여기서 출발했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엥겔스토프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자신을 낳고 입양 보낸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서원에서 지내며 미혼모들이 출산하고 양육이나 입양을 결정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혼모들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입양과 양육 사이에서 고민한다. 사실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입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미혼모들의 이런 고충을 곁에서 목도한다.

그는 “이 영화를 제작하기 전까지는 입양이 엄마만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입양은 가족과 생부, 의사 등 많은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걸 알게됐다. 애서원의 엄마들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생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개봉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촬영 후 편집에만 6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만큼 미혼모들의 일상을 담아 내는 데 공들인 작품이다. 그렇기에, 여느 영화와 달리 해외 입양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미혼모의 현실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엥겔스토프 감독은 "너무나 많은 미혼모가 한국 사회에서 침묵을 강요받는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비밀로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경쟁 부분에 초청된 영화 '포겟 미 낫'은 내달 3일 개봉한다.

[전화평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