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강서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엄마들의 사진 한 장이 이슈가 됐다. 엄마들의 애끓는 호소로 지난해 서진학교가 개교하고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포스터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학교를 다니기란 쉽지 않다. 학생 수에 비해 학교가 턱 없이 부족해 학생들이 1시간이 넘는 거리로 등교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생겼으면 하는 게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지난 2017년 서울시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은 설립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장애 학생의 부모들이 하나 둘 무릎을 꿇고 ‘그저 아이들 학교 좀 보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엄마들의 땀 흘린 노력으로 지난해 3월 17년째 멈춰 있던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이 이뤄졌다. 강서구에 위치한 ‘서진학교’다. 
 
영화 ‘학교 가는 길’(감독 김정인, 제작 스튜디오 마로, 공동제공배급 영화사 진진)은 무릎까지 꿇은 강단과 용기를 가진 용감한 엄마들의 실화를 담아 감동을 선사한다. 장애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단하지만 행복한 일상, 사회와 이웃들에게 받은 냉대와 상처, 또 엄마들의 아이들에 대한 가슴 저미는 사랑을 모두 담았다.
 
김정인 감독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키우면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평소 같았으면 지나쳤을 짧은 뉴스에 여운이 남았었다”며 “온갖 비난과 야유, 고성이 오가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 나긋나긋, 또박또박, 강단 있게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에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개봉 이후 폭발적인 관심 속에 상영을 이어온 영화는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언젠가 저도 부모가 될 때 이 일화를 되돌아보게 될 것 같다”,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 무릎 꿇은 부모들이 불편했었는데,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을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 “자칫 편파적인 시선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양쪽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조명하려는 태도와 사려 깊음이 돋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무릎 호소를 했던 엄마들의 자녀들은 이미 자라 서진학교를 다니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 덕분에 내가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김정인 감독은 “영화에 등장한 어머님들이 단순히 본인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설립에 앞장선 게 아니라 같은 어려움을 후배 엄마와 아이들이 겪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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