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오늘날 우리 인류는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면서 소위 지구적 위기상황으로서 위협받는 자연환경과 평화 앞에 직면해 있다. 이런 면에서 생태체계로서의 세계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과의 평화 없이, 인간들 사이에 평화 없다”라고 주장한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카를 프레드리히 폰 바이체커(1912-2007)의 사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지면을 통해 그의 사상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바이체커는 자신의 통합적 사유 안에서 지금까지 종종 분리된 채 존재해왔던 학문과 종교와 정치 등 여러 영역을 한데 묶는다. 그의 자연과학적 인식 특히 양자물리학에 있어서의 자연과학적 인식은 그의 철학적 연구, 신학적 성찰 그리고 정치적 활동들과 함께 실재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바이체커는 학문 간의 대화 또는 학문간 공동연구를 옹호하면서 그 자신 물리학자, 철학적 신학자 그리고 정치적 사상가라는 여러 관점에서 수행해왔다. 결국 이러한 그의 시도는 과학적 인식과 종교적 경험의 종합을 이루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바이체커는 근대에 있었던 자연과학과 종교 간의 권력투쟁은 상호 이해 부족이 가져온 오해라고 여기며 오히려 하나의 실재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아닌지를 묻고 있다. 이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자연과학은 서양의 근대에 있어서 지적인 권력이 돼 버렸다. 자연과학은 교회권력의 이데올로기와 신학과의 권력투쟁에 휘말리고 말았어야 했던 것일까? 그러나 양측의 이러한 권력 관련성은 자기 자신의 과제와 자기 자신의 진리에 대한 오해였던 것은 아니었는지? 두 영역에 있어서 하나의 실재가 문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실재를 조망할 수 있는 단지 두개의 상이한 길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바이체커의 사상은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리학적 차원, 철학적 차원, 정치적 차원 그리고 종교적 차원이다. 그런데 그의 사상의 바탕에는 항상 오늘날 원자시대 의 삶의 문제와 더불어 과학기술 세계 속에서 삶의 조건에 대한 물음이 그의 사상 전개의출발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이체커는 이러한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네 영역들을 하나의 전체 궤도 속에서 항상 주유(周遊)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네 영역을 상호 연관성 안에서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바이체커는 개별 과학이 추구하고 인식하는 진리를 ‘부분진리’라는 용어로 일컫는다. 여기에는 개별 학문이 도달할 수 있는 실재에 대한 특수한 이해로서는 전체에 대해서 모든 부분이 갖고 있는 거대한 연관성에 대한 포괄적 이해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그의 근원적 통찰이 깔려 있다.

이러한 관점아래 바이체커는 ‘학문 간의 대화’를 통해서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추구한다. 특히 그는 과학적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있는 현대 과학기술문명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자연과학·철학·정치·종교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시도하면서, 오늘날 생태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위협받고 있는
생명 전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바이체커의 신학은 오늘날의 지구적 위기상황에 대한 신학적 성찰로써 ‘평화의 신학’(Theologie des Friedens)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아울러 오늘의 에큐메니칼 신학으로써 평화의 콘텍스트 안에서의 해석을 통해서 성서적 메시지를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인류의 경험과 연결시키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거대한 생명의 연관성 안에서 새로운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통해 추구하고 있다.

[권득칠 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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