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원장 ⓒ데일리굿뉴스 
사람의 에너지에는 이성에너지와 감성에너지가 있다. 이성과 감성은 부부와 같아서 이성이 남편, 감성이 아내역할을 한다. 주도적으로 차고나가는 것은 이성이요, 내조를 해주며 뒷받침해주는 것은 감성이다.

그러다보니 이성적인 행동과 판단은 눈에 드러나게 띄지만 감성적인 뒷받침은 숨겨지기 마련이다.

많은 가정에서 주도적인 남편 뒤에서 눈치를 보는 아내가 있다. 하지만 남편이 남편다워지려면 아내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내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남편이 아내의 조언이나 충고를 무시하고 모든 걸 자기식대로 밀고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억울하고 원통하고 답답해하면서도 참고 견디며 살고 있다.

이것이 이성과 감성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성의 주도권에 억눌린 감성이 참고 참다가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면 폭발하게 된다. 이것이 곧 감성의 소진이다. 감성이 소진되면 이성이 균형을 잃고 어리둥절하게 된다. 이는 마치 아내의 반란을 당한 남편이 제 정신을 잃고 앞가림을 제대로 못하는 것과 같다.

감성에너지는 감성적인 격려와 위로, 인정과 사랑을 느껴야 살아난다. 그런데 무시와 압박, 비난과 질타가 이어진다면 감성에너지가 소진될 수밖에 없다. 감성 에너지가 소진되면 이성에너지가 약화돼 갑자기 이 전에는 없었던 증상이 나타난다.

극심한 피로감, 신경질과 짜증, 불안, 그리고 건망증과 수면장애 등이러한 증상이 계속되면 우울증으로 이환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수면장애는 잠을 전혀 못자기도 하지만, 수면의 질이 나빠져서 악몽을 꾼다거나 자다가 자꾸 깬다거나 잠이 쉽게 안 든다거나 하는 모든 증상을 일컫는다.

감성에너지가 소진돼 ‘번 아웃’이 되면 회피행동이 생긴다. 스트레스를 주고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회피하면서 차단하려는 행동이다. 이는 단기적으론 도움이 되지만 오래가면 큰일이다. 회피행동은 무감동으로 이어진다.

세상이 온통 회색빛이며, 세상의 모든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며 아무런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감동이다. 이것은 감성시스템이 정지해버린 것이다. 무감동은 소진증후군의 심리적 회피현상이지속될 때 이어나는 악성증상이다. 다른 말로 하면 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매스컴이 발달한 시대일수록 복잡한 세상과 단절하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사는 사람들을 미화하는 방송을 즐겨보며 이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것도 결국 심리적 회피현상에 따른 소진증후군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감성의 소진, 감성에너지의 소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감성을 존중해 주는 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평소에 아내를 존중해야 아내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감성을 존중해야 감성이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고 감성에너지의 소진에 빠지지도 않는다.

너무 일과 돈에 얽매여 ‘시간도 돈도 없다’는 핑계로 감성적인 활동과 느낌을 거듭 묵살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성이 메마르게 되는 감성에너지 소진 현상을 보인다. 이 경우 결국 이성마저도 길을 잃는 이성적인 방황까지도 오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영이 살아야 육체가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영적인 풍성함과 경건함에 이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영적으로 맑고 밝고 환해지면 정신과 육체 모두 강건해져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즐겁게 감당할 수 있다. 감성소진에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들과 사귀면서 영적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실생활에서 한결같이 영적인 풍성함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래서 육체의 필요와 욕구, 특히 감성적인 욕구들을 존중해주고 채워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영이 살아야 육이 산다’고 하지만, 사람은 또한 어쩔 수 없는 육체의 한계를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이라고 육적인 것을 무시하면 감성의 반란, 감성의 소진에 이르러 성전인 우리 몸이 상할 수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심기허(心氣虛)라고 한다. 한의학은 ‘심장’을 유형의 심인 심장과, 무형의 심인 마음을 함께 말한다. 심장이 약한 것도 ‘심기허’지만, 마음이 약한 것도 ‘심기허’이다. 심기가 허해지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아져서 불안, 긴장, 두려움으로 인한 우울증이 올 수 있다.

‘감성의 소진’ 번아웃 신드롬이 우울증으로 가는 과정인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사람의 정신은 육체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한방의 묘미는 정신의 문제도 육체를 보하고 다스리므로 함께 치료하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적인 치료가 더해지면 더욱더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김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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