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해외 선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선교사들은 사역이 중단되거나 엄격한 제한 조치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GOODTV 연중특별기획 '주여, 이 땅을 치유하소서' 스물 두 번째 편에서는 코로나19가 덮친 해외 선교 현황과 향후 한국 선교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직전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과 박보경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최형근 교수, 인도에서 사역 중인 이재한 선교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나상오 교수가 맡았다.
 
 ▲왼쪽부터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최형근 교수,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직전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나상오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과 박보경 교수, 인도에서 사역 중인 이재한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포스트 코로나, 선교의 새 패러다임 요구
하나님 원하시는 선교 방향으로 이끌 때
선교사, '리더십' 아닌 '서번트십' 가져야
한국 교회 선교, K미션 되도록 심기일전


사회자 나상오 교수(이하 사회): 지난해 해외 선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조용중 선교사(이하 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체 20% 이상의 선교사들이 한국으로 철수했고, 약 80%는 지난해 중반까지 현장에 남았다. 이후에도 철수하거나 사역지로 되돌아간 이들이 있다.
 
사회: 코로나19로 선교사들의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조: 선교사들의 모든 사역이 잠시 중단된 상황이지만, 약 10%는 사역이 오히려 확장됐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 무엇보다도 선교사와 가족들의 심신 건강이 염려가 된다. 지금이야 말로 선교사에 대한 케어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아닌가.
 
최형근 교수(이하 최): 가장 먼저 재정적 타격이 컸다. 선교헌금이 중단되면서 미래 사역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불확실성이 증대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선교사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 교회가 안고 가야 할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조: KWMA는 선교사들의 격리 및 거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선교사와 가족들의 심신 케어, 향후 선교 방향 모색 등 선교사와 가족의 '멤버케어'(영적·신체적·관계적·심리적 조직문화적 측면에서 총체적 돌봄을 지원하는 시스템) 다각도로 돕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회:
코로나19가 해외 선교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는가.
 
박보경 교수(이하 박): 해외 선교의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교지에 갈 수 없고, 인력과 재정적인 지원들이 멈췄기 때문에 현지 교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회: 새로운 선교 전략에 대한 청사진은 어느 정도인가.
 
조: '타겟2030 운동'(Target2030)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0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100만 명의 자비량 사역자들을 일으키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숫자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한국 교회 선교를 시작한 만큼 하나님을 의지하는 선교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하지 않을까.
 
사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이재한 선교사(이하 이):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IT 교육을 진행해 팬데믹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복음 전도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또 선교사들이 현지교회와 동역하고 전문인과 목회자, 의사, 사업가가 함께 팀을 이뤄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버팀 사역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인 선교 방향이다.
 
사회: 팬데믹 시대, 선교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이: 큰 건물, 큰 재단이 있으면 선교를 잘하는 것이고, 건물 없이 현지인 2~3인만 데리고 하면 선교를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한국 교회가 원하는 선교의 모습이다. 담임목사와 선교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사람들이 선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 현장에 필요한 선교를 해야 한다.
 
최: 선교사를 돌보고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일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는 부족하다. 한국 교회는 선교사역이 얼마나 크고, 전문적이며, 많은 것들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해 통제하려고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선교의 패러다임이 나타나야 한다.
 
조: 선교는 한국 교회의 생산품이다. 한국 교회의 성장과 성숙이 곧 선교지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도들도 선교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겸손히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교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이 있나?
 
최: 한국 교회에 이주민들이 많이 오고 있다. 다문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한인 디아스포라도 750만 명이다. 전 세계가 줌(ZOOM) 등 화상회의와 SNS로 소통하면서 시공간이 압축됐다. 이제는 삶의 현장에서 선교한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목회자만 선교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도 선교하는 것이다.
 
박: 한국사회 안에서 선교라는 단어가 일방적·공격적이고, 물량 중심의 종교 활동으로 소통될까봐 우려스럽다. 선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는 외부로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는, 소위 환대하는 방식으로 선교가 변해야 한다. 아픔을 치유하고 사랑을 나눠주는,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손을 펼치는 게 선교다.
 
사회: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 우리가 너무 교만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한국 교회가 교만했고, 선교사가 교만했다. 자질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릴 써주신 것처럼 생각하고 일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주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교단 중심주의, 선교단체 중심주의를 버리고 연합해서 함께 일할 때가 됐다. 단 한 명을 보내더라도 연합해서 일할 수 있는 선교사가 있다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다. 또 현지인 리더 양성에 힘써야 한다. 한국 선교사가 그 땅을 떠나더라도 또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 사역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선교를 해야 한다.
 
사회: 한국 교회의 선교가 변화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가.
 
박: 선교 현장에 있는 교회들을 존중하고 함께 동역하는 상호존중의 선교를 온전하게 회복해야 한다. 선교학자 데이비드 보쉬의 말처럼 ‘겸손한 담대, 담대한 겸손’이 같이 가야 한다.
 
최: 교회의 본질은 선교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이 땅에 보냄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고, 교회 자체도 선교사다. 그렇기에 교회 자체가 지역사회로 보냄을 받은 선교적인 공동체라고 확신해야 한다.
 
이: 선교사들이 나갈 때 대부분 리더십을 굉장히 강조한다. 하지만 리더십이 변질돼서 주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교지에 갈 때는 서번트십(섬김)이 있어야 된다. 한국 교회와 선교사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선교지로 나가야 한다.
 
사회: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조: 한국을 벗어난 곳만이 선교지가 아니다. 이제 25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들, 이주민들이 한국에 있다. 이건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사역이다. 선교사들이 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눈을 돌려야 된다. 지역에 매여 선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조금 더 격려하고 위로해준다면 한국 선교는 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 한국 교회 목회자들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겸손하게 회심의 자리로 들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코로나19를 통해 K방역이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한국 교회의 선교도 K미션이 돼야 한다. 본질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다. ‘작은 자들을 통한 하나님의 선교’가 우리를 통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시 심기일전하면 좋겠다.
 
이: 한국 교회는 선교사들을 잘 섬기는 나라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이 점점 약화돼 이제 선교사들이 천덕꾸러기가 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선교사가 교회와 함께 회개하고 주님 앞에 서서 섬기는 교회, 섬기는 선교가 회복됐으면 좋겠다.
 
주간기획팀

[데일리굿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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