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원장 ⓒ데일리굿뉴스
흔히 우리는 인생을 9회말 야구경기에 비유할 때가 있다. 야구경기로 인생을 본다면 그 중간쯤 되는 4말5초는 병이 드러나는 임계기다. 40대말과 50대초가 중요한 생애전환점이 된다는 의미다.

남녀를 막론하고 그 시기엔 갱년기가 된다. 갱년기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몸 구조가 된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양성호르몬이 배출된다.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주를 이루며, 여성호르몬도 생성된다. 여자는 그 반대다.

그런데 40대말 50대초가 되면 여자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딱 끊어지면서 남성호르몬만 계속 나오게 된다. 자연스럽게 남성성이 발달하는 셈이다. 중년기 여성들의 목소리가 굵어지고 성격이 괄괄해지며 팔뚝이나 허리, 배 등에 살이 찌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반면에 남자는 중년이 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끊어지지는 않고 양이 줄어든다. 남성성은 계속 유지하지만 전에 비해 현저히 약화되며 성격이나 체질도 여성적으로 변해진다. 남자가 중년이 되다보면 예전에 화를 잘 내던 사람조차도 언젠가부터 화를 내지 못하고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거나 잘토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데다 여성 호르몬은 계속 나오는 탓이다.

그래서 40대말 50대초가 되면 한 가정의 힘의 기울기가 서서히 여성 쪽으로 기울어진다. 아내가 주가 되고 남편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쪽이 역전이 되는 것이다. 남성성이 약해지는데다, 여성이 오히려 남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탓이기도 하다.

인생의 중년인 40대말 50대초에는 인격이 변화하는 때이기도 하다. 독일의 철학자 칼 융이 쓴 책 ‘인생의 정오’에서는 40세를 인생의 정오라고 했다. 융은 이 책에서젊어서는 ‘목표지향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중년으로 접어든 40세를 넘어서부터는 ‘관계지향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목표만을 바라보며 뒤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던 그동안의 삶을 뉘우치고 다시금 변화와 회복 그리고 성숙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때가 중년기이다.

술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스트레스에 이리 저리 치이고, 잦은 육식 섭취와 더러운 공기를 마시다 보면 한창 일해야 할 40대에 쓰러진다.

또 이중에 술·담배, 스트레스, 오염된 공기 환경 가운데 한두 가지만 멀리하고 나머지를 내버려두게 된다면 50대 접어들어 쓰러질 가능성이 많다. 여러 악조건 중 한두 가지 정도라도 장기간 노출된다면 60대쯤에 쓰러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의학적으로는 4말5초를 생애전환기라고 하는데 이때에 병이 드러나는 시기이다.

즉 평생 술·담배, 육식류, 그리고 더러운 공기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에게 그 병이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4말5초가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병을 유발시키는 인자를 공격인자라고 하고, 저항하는 인자를 방어인자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공격인자를 사(邪)라고 하며, 방어인자를 원기라고 부른다. 공격인자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방어인자가 강할 때에는 병으로 발병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어인자가 약해지면 공격인자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 사람의 육체다. 그렇기 때문에 4말5초의 시기에 가장 많이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의 원기는 힘인데, 이 힘은 영적인 영향을 받는다. 영적인 생명력과 힘으로 살면 육체의 힘과 정신력은 건강해지고 튼실해진다.

그러나 영적인 생명력과 힘을 잃으면 육체의 저항력, 방어력이 떨어지고 정신력도 약해진다. 그것이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때가 또 4말5초이다. 그래서 각종 정신적인 질환인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임상을 하면 할수록 확인되는 것은 요한복음 6장 63절의 말씀처럼 ‘살리는 것은 영’이라는 사실이다. 영적으로 살면 정신과 육체가 강건해지고, 영적으로 죽으면 정신과 육체가 죽게 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체의 역학구조가 4말5초가 되면 현저히 약해지는 것을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자연의 단순논리에 매이지 않는, 갈수록 더욱더 생명력이 풍부해지는 멋진 비결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육체가 영혼에 갇힌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육체의 강건함을 위해서는 영적인 건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강조한다.

[김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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