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뉴스
선교사 훈련을 받을 때 ‘선교편지’에 대한 의무를 교육 받는다. 선교비 후원과 파송에 있어서도 늘 따라 붙는 것이 ‘선교편지’ 요청이다. 운영규정에 정기적 선교편지가 선교사의 의무로 명시돼 있는 파송단체들도 많다.

‘선교편지’를 써야 되는 선교사들은 여러 고민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갖고 써야 할까? 한 달에 한 번 써야 하나? 분기별로 써야 하나? 그리고 분량은 짧게 쓸까? 아니면 자세하게 쓸려면 길게 써야 할 텐데 지루해서 읽지 않으려나? 디자인을 잘 하는 게 좋을까? 요즘 동영상으로 만드는 선교사들도 있고, SNS 등 새로운 방법들을 이용하는 선교사들도 있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등이다.

선교본부 사역을 하면서 많은 선교사들의 기도편지를 받는다. 선교사들마다 각자의 다양한 스타일들이 있다. 특이한 사실은 예쁜 디자인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도 잘 보지 않게 되는 ‘선교편지’가 있다. 반면 정말 성의 없는 것 같고, 디자인은 없고 내용도 길지만 이상하게도 읽혀지는 ‘선교편지’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것은 ‘선교편지’는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서 나오는 인격적 소통의 매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게 되는 중요한 영적 자료여서 선교편지를 받으면 연속극처럼 지난 시간의 내용이 이어진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증손녀인 엘리자베스 언더우드는 1884년∼1934년에 기초한 ‘한국의 선교역사’를 출간했는데, 많은 내용이 당시 선교사들의 ‘선교편지’에서 인용됐다. 외부인에 의해서 소개된 것과는 다르게 선교사의 본심이 분명하게 포함된 ‘선교편지’를 통해 당시 선교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한편으로는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얼마나 감사와 기쁨으로 선교를 감당했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닥터 셔우드 홀 선교사의 경우에는 자신이 발간한 ‘조선회상’, ‘인도회상’ 등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선교편지’를 인용했다. 이로 인해 당시의 역사와, 그 기록들은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교과서가 됐다.

그런데 ‘선교사가 보낸 선교편지’는 있지만 ‘후원교회(자)의 답장’은 없다. 지금까지는 선교사 중심으로만 제작된 ‘선교편지’였다. 그러다보니 후원교회(자)의 근황 즉 어려움 가운데서도 어떻게 선교후원금이 모금 됐는지, 선교비 후원을 위해서 어떤 기도제목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전해지는 후원교회(자)의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어서 후원교회(자)들을 위해 더욱 기도하게 된다. 선교사역에 있어서도 얼마나 귀한 선교후원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신중하게 임하게 된다.

코로나19의 어려움으로 생존의 위기와 심지어 교회의 존폐 위기 앞에서도 선교비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후원교회(자)의 선교편지’는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 연초에 어려움으로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마음 아픈 답장은 혹 받지만 선교후원을 위해 얼마나 수고하는지, 어떻게 삶을 버티고 있는지를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좀 예쁘지 않아도, 짧거나 혹 길어도 좋을 것 같다.

지금같이 힘든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서로 간에 격려하는 ‘쌍방향의 선교편지’가 필요할 때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아름다운 서신 교환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이것이 선교역사이자 후손들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전해기를 기대한다.

[정용구 선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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