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와 관련한 법들이 개정되지 않은 채 한 달을 넘겼다. 현재로선 산모는 물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전무한 상태다. 입법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에는 불안과 혼란이 쌓이고 있다.
 
 ▲낙태죄 입법 공법 상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의료현장.

산부인과별로 수술 여부·가격 천차만별

“임신 초기는 아니시네요...중절 수술은 가능한데, 12주면 120만 원 이상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실 거면 빨리 오세요.”

경기 고양의 한 산부인과에 기자가 전화로 낙태 수술을 문의해봤더니, 직원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상담을 이어 나갔다. 임신 12주차라고 답하자 잠시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확한 수술비는 내원을 해야 알려줄 수 있고, 대략 ‘12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산부인과 3곳에도 낙태 가능 여부를 물었다. 각기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낙태 수술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곳도 있었고, 낙태가 가능하니 일단 내원해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한 병원도 있었다.

수술 비용도 천차만별이었다. 실제 상담 문의한 결과, 70만 원에서부터 3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임신 7주 이후엔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추가금이 붙었다. 가격은 12주차 기준으로 120만~180만 원으로 차이가 컸다.

김포시의 A 산부인과는 “12주차 기준 120만 원대로, 임신 주차가 더해질수록 비용이 추가된다”며 “위험도 등에 따라 금액이 변동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낙태죄 관련 입법공백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은 물론 무분별한 낙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선 임산부와 태아 생명과 관련한 민감한 의료 문제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법이 전무한 데다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병원은 병원대로 난감하기만 하다.

산모와 태아의 생명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의사가 개인의 상황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낙태 수술을 거부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어 의료진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병원들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조현구 시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양심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낙태를 거부할 수 있는 그런 의료권한이 현재는 입법돼 있지 않다”며 “현행 의료법에서는 특별한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를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소명에 따라 낙태 수술은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거부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도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 중 70%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를 하고 있지 않다”며 “낙태가 국민의 기본 권리가 아닌 이상 의사 개인의 신념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상황이 이러한 데도 대체입법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낙태죄 대체입법과 관련해 정부, 그리고 기독교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관심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63개 시민단체 연합체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낙태 관련법은 결국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단순히 입법공백이 아닌,태아살해를 전 국민이 외면하는 셈이다.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국회는 2월 임시회에서 관련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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