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교회에서 비는 청년들의 자리

교회에서 청년이 줄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다음 세대에 대한 많은 염려들이 나왔고, 최근에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 기독 청년 인구의 감소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게다가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면서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들도 계속 늘어나면서 교회 안에서 청년들의 빈자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교회는 빠르게 노쇠화가 진행될 것이고 선교 역량 약화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앙의 전수가 이뤄지지 않아서 한국교회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청년 세대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말로는 다음 세대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서 있지 않고 예산 배정도 충분하지 않다. 다음 세대는 언제나 다음 순위로 밀리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 요즘 청년들은 나약하고 열심도 없다고 핀잔을 주기 일쑤다. 교회와 사회가 번성기였던 시절과 지금 시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도 바뀌었다. 오늘을 사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살지 않았던 옛날과 지금을 비교할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의 오늘날 삶이 너무 힘든 것이다. 한때는 N포 세대니 헬조선이니 하면서 청년들에 대한 담론이 이렇게 저렇게 형성됐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너도나도 힘든 지금은 청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교회의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은 매우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절망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상황과 형편을 이해하고 교회와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책을 세우려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필자가 맡고 있는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그리고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교회와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의식 조사’ 결과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용이 많으므로 일부 내용만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 수준이 낮은 청년들에 주목해야
 
기독 청년들의 3분의 1은 우리 사회에 대해서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 경제 양극화, 부동산 등 주로 경제 문제를 크게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성공만을 추구하지는 않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의 성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신앙생활과 일 사이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워라밸의 욕구만큼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신앙생활에 지장을 주는 직장이라면 다니고 싶지 않다’는 데에 60%만 동의했다. 이것은 청년들의 40%가 ‘성경 말씀대로 살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응답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별로 없다‘는 데에는 61.7%가 동의해 성경 말씀대로 사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주변에서 좋은 본이나 멘토를 찾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하였고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38%로 더 많았다. 그리고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47.0%) 기독 청년이 ‘무기력’을 느끼고 있었고,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응답도 27.1%로 나와서 코로나 블루 증상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제 수준이 낮은 청년들이다.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더 낮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미래 전망도 더 비관적이었다. 이들은 결혼 의향도 더 낮았는데, 경제 수준이 높은 경우에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은 데 반해서 경제 수준이 낮은 청년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더 많이 응답했다. 경제 수준이 낮은 청년들은 성경대로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신앙생활은 양적, 질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 활동이 전반적으로 약화됐고 모임과 교제도 축소됐다. 교회에 대한 기독 청년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는데 교회에 대한 평가 9개 항목에 대부분 50~60% 정도만 동의했다.
 
특히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잘 따르고 있다’에 대해 2명 가운데 1명인 51.6%만 동의했고 ‘코로나19 확산에 있어 기독교의 책임이 크다’에 대체로 동의(70.6%)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 청년들은 교회의 코로나19 상황 대처에 대해 낮게 평가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절반 정도인 53.3%만 10년 후에도 ’기독교 신앙도 유지하고 교회도 잘 나갈 것 같다‘고 응답했고, 39.9%는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는 잘 안 나갈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재 20~30대 청년의 20.3%가 가나안 성도로 파악됐는데 10년 후에는 약 19.6% 더 늘어나 2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청년들 중에서도 30%는 가나안 성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들의 신앙 상태가 총체적으로 난국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되려면
 
이제 교회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기성세대의 생각을 주입하려하기보다 그들 스스로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교회 안에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그런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청년들은 참여할 의사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청년들이 교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얘기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일꾼이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을 소비하기를 멈추고 인격적인 관계에서 동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을 목회의 대상이나 교육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 보다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세워줘야 한다.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교회에서는 청년들의 신앙에 관심이 있지만 신앙은 삶의 조건과 무관하게 형성될 수 없다. 척박한 생활 환경에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재작년 기독 청소년 조사에서도 기독교 부모가 있는 가정은 경제 수준이 더 높았고 자녀들도 안정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경제 수준이 낮은 가정의 청소년들은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 더 낮았고 교회를 계속 다닐 의향도 더 낮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창업이나 일자리 사업과 협동조합 그리고 공유 주택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교회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의 출발은 기독교 사상과 전통에서 비롯됐다.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도 이미 이런 일에 참여하고 있다. 신앙과 삶은 분리될 수 없다. 청년들의 신앙이 바로 서고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재영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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