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연말을 맞아 2020년을 정리하며 이 나라의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니, 온종일 예수님의 말씀을 듣다가 빈 들에서 굶주린 채로 저녁을 맞이한 오천 명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그들을 먹이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들은 제자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천 명의 무리는 날이 저물어 그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따로 먹을 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들을 긍휼히 보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음식을 주라고 제자들에게 명령하셨다. 제자들 중 가장 계산이 빨랐던 빌립은 이들을 모두 먹이려면 최소한 이백 데나리온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것은 그들의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곤란하고 부담스러운 얼굴로 예수님의 말씀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제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이들을 다 책임질 수 없으니 주변 마을로 돌려보내 각자가 자신의 음식을 책임지게 하자고 말했다.

그때 한 소년이 작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가지고 예수님께 나왔다. 제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는 할 수 없사옵나이다”라고 부정적인 말을 했다.

그것은 그들이 부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원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예수님께선 제자들이 문제가 아닌 예수님을 바라보며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길 원하셨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순종’하기를 원하셨다. 예수님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를 가지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후 그것을 떼어 나눠 주셨다. 그러자 오천 명이 다 배불리 먹고 열두 바구니가 남는 기적이 일어났다. 해가 저문 빈들에서 주님이 베풀어주신 기적의 만찬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빌립이나 다른 제자들과 같은 모습으로 예수님의 명령에 반응하고있다. ‘코로나19’라는 막막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며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나 하나, 우리 교회만을 잘 추스르는 것도 버겁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 다른 교회에 눈을 돌리고 손을 펼칠 심적, 물질적 여유를 갖기 어렵다.

물론 한국교회가 대단한 방책을 마련해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고, 엄청난 물질을 기부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이나 소외 계층을 모두 구제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문제만을 바라보다가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것은 그저 무명의 소년이 믿음으로 내놓았던 작은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작은 것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빈들도, 굶주린 오천 명의 사람들도, 해가 저문 늦은 시간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제 2020년도 거의 다 끝나간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혼·육이 굶주린 영혼들을 먹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우리가 가진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가무 엇인지 생각해보자.

코로나19라는 문제에 함몰돼 다가오는 새해를 절망과 불안 가운데 맞이하지 말고 언제나 답이 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하여 빈들의 만찬을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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