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올 한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독교 문화계도 집어삼켰다.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얼어붙었고, 영화는 개봉작 연쇄 이탈로 신음했다. 그럼에도 돌파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의미 있는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비대면 공연은 물론 안방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까지. 기독문화 콘텐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보낸 기독 문화계의 한 해를 결산해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극장 방역 중인 모습.(사진출처=연합뉴스)

기독 문화계, 코로나19로 ‘올스톱’

올해 기독 문화계는 그야말로 혹한기였다. 공연·전시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최근 몇 년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두각을 내보이던 기독 공연계는 언제 끝날지 모를 방역 조치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상당수 공연은 중단된 상태다.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은 뮤지컬 ‘지저스’의 경우 올해 초 개막해 어렵게 공연을 이어가다가 지난 2월 공연을 무기한 중단했다.

하반기 공연계의 상황은 더 암울하기만 하다. 기독교 공연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획됐던 공연들이 막조차 올리지 못하고 좌초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시장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올 봄 극장 재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 ‘교회오빠’는 코로나19 유행에 영화관 상영을 포기했다. ‘교회오빠’ 측은 “재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인지하고, 심사숙고 끝에 재개봉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영화 제작과 배급이 멈췄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에도 지금의 여파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선교연구원 백광훈 원장은 “제작한 영화가 있어야 앞으로 상영이 가능한데 작품 자체가 없으니, 내년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옛 작품들이 재개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몇 작품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제자, 옥한흠’ 등 다양한 기독교 영화를 연출한 김상철 감독의 신작 ‘부활: 그 증거’는 2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 봄 개봉한 ‘산티아고 흰 지팡이’는 관객의 호평 속에 지난 10일 재개봉을 확정지었다.

다른 영역에 비하면 출판계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한 해였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기독교 서적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20 세종도서’에 따르면, 교양부문 종교서적 31종 가운데 기독서적이 21종을 차지했다. 학술부문에서도 종교서적 14권 중 7권이 기독서적이다.

대체로 현대인을 위로하는 책들이 주목받았다. 또한 스테디셀러와 고전이 강세를 보이면서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5가지 사랑의 언어’, ‘하나님의 때’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독서적의 진입이 눈에 띤다”며 “다만 고전이 대부분으로, 신간이 고전을  뛰어 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새로운 작가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천로역정' 유튜브 채널.(사진출처=유튜브 채널 갈무리)

비대면 소통·콘텐츠 제작 등 돌파구 모색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기독 문화계의 새로운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유튜브 등 비대면 방식으로 문화행사를 진행하거나 다양한 기독교 온라인 콘텐츠가 제작됐다. 

기독 뮤지컬 제작사 조이피플의 경우 관객들과 만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천로역정tv’유튜브 계정을 오픈했다. 광야아트센터 역시 뮤지컬 ‘요한계시록’을 활용한 ‘비대면 예배용 콘텐츠’를 제작했다. 뮤지컬을 설교 영상과 접목해 가정예배 등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골목교회’, ‘교회언니 페미토크’, ‘위러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기독 콘텐츠들도 끊임없이 제작돼 문화를 매개로 더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다.

이처럼 2020년은 기독 문화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 원장은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온라인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한 전환을 이루고 기독 문화계가 다양한 시도로 기회의 장을 연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였던 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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