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에 이어 제9호 태풍 '마이삭'도 북한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마이삭의 직격탄을 맞은 북한 강원도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조선중앙TV는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면서 강원도 원산 시내에 폭우가 내렸다고 보도했다. 폭우로 침수된 지역은 원산시내 중심인 해안광장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화면캡처, 출처=연합뉴스)

대표적인 북한 관광도시 원산 중심지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 금강군에서는 하천이 불어나 주민이 대피했고, 통천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장마와 태풍 '바비'로 이미 적잖은 수해를 입은 북한은 바비의 북상 때처럼 24시간 재난방송 체제를 가동하며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조선중앙TV는 3일 오전 6시께 실시간으로 물에 잠긴 원산 시내의 모습을 내보냈다.

조선중앙TV에 비친 태풍피해 현장의 경우 원산 시내는 도로가 완전히 흙탕물에 뒤덮여 큰 강을 연상케 했다. 넓은 광장 주변의 아파트와 주석단 건물, 가로수도 전부 물에 둘러싸였다.

침수 지역은 원산 시내의 중심인 해안광장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북한 강원도에서 주요 정치행사를 이 광장에서 치르던 곳이다.

북한의 주요 관광도시인 원산이 '물바다'로 변한 것은 태풍 마이삭의 영향권에 들면서 단 3시간 만에 132㎜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 재난방송은 "태풍 9호의 특징은 바람보다 강수량이 많은 것"이라며 "(원산에) 새벽 3∼6시 132㎜의 강한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렸고, 2일 21시부터 3일 6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20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해수면도 기존보다 77㎝ 높아졌다.

더 남쪽에 위치한 금강군과 통천군의 상황도 심각하다. 금강군에서는 120㎜(오전 9시 기준)의 비가 내린 가운데, 금강천이 불어나고 다리가 휘어져 통행이 금지됐고 주민은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통천 앞바다 파도 높이가 7m(오전 8시 기준)까지 높아졌고, 초당 15m 이상의 강풍이 불고 있다.

장옥선 통천군 인민위원장은 "많은 농경지가 침수돼서 물에 다 잠기고 통천과 고성 사이 도로는 산사태로 파괴돼 운행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는 해일 현상도 발생했다. 현장 취재 기자는 "서호·마전 해안가 지역에 50㎝의 해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도로가 물에 침수돼 차들이 운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호·마전해안가 지역에서는 168㎜(오전 6시 기준), 함흥 시내에서는 68㎜의 비가 내렸다.

북한은 중앙TV를 통해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전 현재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태풍 마이삭 현재 위치와 함께 주요 도시의 상황을 보도 중이다.

마이삭의 타격을 크게 받는 강원도 고성군과 문천시, 원산시, 함경도 단천시, 신포시, 김책시, 함흥시 등을 돌아가며 현장 연결하고 있다.

북한 전 주민이 상시 보는 조선중앙TV를 24시간 방영하며 이처럼 사실상 실시간으로 태풍 소식을 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태풍 바비 소식도 24시간 TV로 전하고 틈틈이 자막으로 소식을 보도하기는 했지만, 30분 내지 1시간마다 현장을 연결하는 등 본격적인 특보체제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북한이 이처럼 24시간 태풍 특보체제를 갖추고 현장에 기자를 보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달 태풍 바비 때부터 이 같은 보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김덕훈 총리는 강원도 김화군과 평강군의 주택현장과 협동농장을 찾아 복구대책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총리는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첫 현장 방문으로 황해남도 수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북한이 이처럼 태풍과 수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대북제재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이 악화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