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전국 12개 지파 본부 대학부장이었던 박 모(왼쪽 두 번째) 씨가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카페에서 탈퇴 기자회견을 열어 신천지와 코로나19 관련 불법성을 폭로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이단 신천지의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 대학 캠퍼스 내 침투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직전, 대규모 전도모임을 갖고도 이를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았단 주장도 제기됐다.
 
신천지에 8년간 몸담으며 전국 대학부장을 지낸 박 모 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금천구 한 카페에서 탈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 대학부장은 신천지 12지파 약 1만 7,000여 명의 대학생을 총괄하는 요직 중 하나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CCC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탈퇴하자 이 소식을 접한 이만희 교주가 총회 전도부장에게 CCC를 정복하라는 명령을 직접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만희 교주가 직접 동아리를 칭해서 정복하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총회 전도 부장을 중심으로 7월부터 본격적인 전략 회의와 모임을 가졌다"며 "대학생 교도들을 CCC에 가입 및 활동을 주도적으로 지시하고 활동에 대한 경과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천지 교도 약 40명이 CCC에 투입돼 이 중 일부는 순장 및 대표단으로 활동하는 것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즉 신천지 교도 대다수가 CCC의 순장이나 순장 후보군으로 정착했다는 주장이다.
 
대학 캠퍼스 내 신천지가 깊숙이 침투했다고도 밝혔다. 박 씨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개 대학교의 총학생회장 4명과 5개 대학교의 총동아리회장 7명이 신천지 교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천지는 총회 전도부 주관으로 지난 2월 15일 경기도 과천 신천지 본부에서 CCC 침투 교육을 위한 전국 모임을 진행했다. 박 씨는 이 자리에 신천지 첫 확진자인 대구 다대오 지파 교도가 참석했다고 주장했다.ⓒ데일리굿뉴스

이어 박 씨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신천지의 거짓과 불법 정황을 폭로했다.  
 
신천지가 총회 전도부 주관으로 지난 2월 15일 경기도 과천 신천지 본부에서 CCC 침투 교육을 위한 전국 모임을 진행했는데, 이날 전국에서 모인 144명 중에 대구 다대오 지파 교도인 신천지 첫 확진자가 있었다는 것. 이 교도는 모임 참석 3일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신천지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당시 신천지가 모임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 31번째 확진자와 함께 예배를 드린 교도가 있었지만 정부 당국에는 알리지 않은 모임이었다"며 "대학부장으로서는 이 모임 말고도 분명히 은폐된 모임들이 더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교도 명단을 조작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박 씨는 신천지가 경기도의 강제역학 조사를 받기 전날인 지난 2월 25일 텔레그램을 통해 교도 명단에서 공무원, 정치인, 기자, 의사를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며 정황 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일선에서 나온 의견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총회 차원에서 지시하거나 실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 씨가 공개한 '신천지 12지파 교도 상태 보고' ⓒ데일리굿뉴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와 이만희 교주의 구속 등으로 신천지가 구심점을 잃고 와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천지 내부 교도 약 13만 명이 탈퇴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신천지 12지파 교도 상태 보고'는 신천지 교도들의 강한 결속력을 방증했다. 지난 4월 1일 기준 국내 교도 21만 2,324명 중 탈퇴자는 5,996명으로 재적 대비 약 2.8% 그치며, 세간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나갔다.
 
이에 박 씨는 "앞으로 신천지에 큰 이슈가 발생한다고 해도 교도들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신천지 교도들을 구출하기 위한 근본적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이날 신천지 직책자로서 했던 자신의 모든 행동에 대해 사죄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만희 교주와 수뇌부들이 처벌받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특히 신천지에 몸담은 청년들이 하루속히 신천지의 실체를 알고 나오길 간절히 소원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은 "이만희 교주와 수뇌부가 구속되고 곧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신천지의 불법성과 범죄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천지 전국 12개 지파 본부 대학부장 박 모 씨의 탈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과 홍연호 이단사이비종교 피해대책총연합회 부총재, 김영리 그루터기 상담협회 서울이단상담소장. 사진은 신현욱 소장이 발언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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