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백인·남성 중심 인력 구조가 해외 게임 개발사 내 인종·여성 차별 문화 문제의 뿌리라는 보고서 분석이 나왔다.
 
 ▲최근 성폭력 사건 폭로가 잇따른 게임업체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남성 임직원을 향한 성폭력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게임업계 '미투'(#metoo·나도 말한다)는 '어쌔신 크리드', '저스트 댄스'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글로벌 게임사 유비소프트에서 시작됐다.

여러 유명 게임 개발을 총괄한 세르쥬 아스코에 CCO, 막심 벨런드 부사장 등 남성 임직원 다수가 성폭력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나 퇴출당했다. 이들의 성폭력은 여성 직원들의 미투 운동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유비소프트에서는 성차별·성희롱 농담이나 성추행이 일상적이었으며, 직원 1만8천여명 중 여성은 약 25%에 불과했다.

유비소프트에서 시작된 게임업계 미투는 세계 최대 규모 격투 게임 e스포츠 대회 '에보'(EVO)의 조엘 쿠엘라 대표가 미성년자에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7∼8월호'에서 이처럼 게임업계에서 차별 고발이 지속하는 원인이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력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GDA)의 2019년 보고서를 보면 게임 개발자의 81%가 백인 계열로 나타났다. 아시아 계열이 10%, 라틴 계열 7%, 흑인 계열은 2%에 그쳤다. 게임 개발자의 성별 비율 역시 남성 71%, 여성 24%, 기타 5%로 불균형이 심각했다. IGDA의 조사 결과 게임 개발사의 39%는 평등 고용 정책이 없었고, 36%는 성희롱 금지 정책조차 없었다.

편향된 인종·성별 구조는 게임 개발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유비소프트에서는 성폭력 가해자로 드러난 아스코에 CCO가 "여자가 주인공인 게임은 안 팔린다"며 게임 개발에도 성차별을 주입했다는 폭로가 나온 상황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드미트리 윌리엄스 교수가 2009년 미국 내 인기 게임 150종을 분석해보니, 게임 캐릭터의 80.05%가 백인이었고 비(非)백인 캐릭터는 20%에 못 미쳤다.

게임 캐릭터 중 흑인은 10.74%, 히스패닉은 2.71%, 혼혈은 1.39%, 북미 원주민은 0.09%, 아시아·태평양 섬 주민은 5.06%였다.

연구 당시 실제 미국 내 인구 비율은 백인이 75.1%, 흑인이 12.3%, 히스패닉 12.5%, 혼혈 2.4%, 북미 원주민 0.9%, 아시아·태평양 섬 주민은 4%였다. 게임에서 백인은 실제보다 많고, 비백인은 실제보다 뚜렷하게 적었던 셈이다.

콘진원은 "현재는 '오버워치'처럼 글로벌 게임 기업 다수가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문화를 수용하면서 다양한 인종과 성적 정체성을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주인공 외 캐릭터로 유색인을 등장시키는 게임 상당수는 여전히 폭력적이거나 수다가 심한 흑인, 무술이나 해킹에 능한 동양인 등 인종별 편견·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진원은 "게임 시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개발자가 늘어나고 승진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지금은 업계 차원의 적극적인 우대 조치(어퍼머티브 액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업계 공감대는 흑인 인권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에 게임업체가 동참하는 방식에서 나타났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흑인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젝트 등에 최소 25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디게임 유통사 험블번들은 1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흑인 개발자의 게임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콘진원은 경영자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색인 서사 중심 게임을 틈새 상품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게임 산업이 세계 전역에 이용자를 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인식은 일종의 문화 지체(culture lag)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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