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중요성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반년 넘어 진행 중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파편화되고 많은 사회관계가 파괴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직장 환경이나 생활환경을 안전하게 바꿀 수 없는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다.

교회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한다. 이 시대에 강도 만난 이웃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이 일회성이거나 이벤트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시혜성의 지원보다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해야 또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이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공동체이다.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해진다고 해도 인간은 공동체를 떠나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리고 사회가 단절되고 파편화될수록 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파괴된 사회관계를 회복함으로써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제공에서는 무엇보다도 종교의 역할이 크다. 종교 밖에서 종교의 고유한 특징을 관찰한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종교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는 종교는 인간의 고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연계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한두 가지 편견을 녹여 없애려는 종교의 노력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은 소규모 모임을 활용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소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그룹은 탈현대 사회의 특징인 유동성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개인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의 대면 교섭을 통해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해 사회 자본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확실하고 위험한 시대일수록 신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사회 변화로 인해 파편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된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형성을 필요로 하는데, 대규모 집단보다는 소그룹 안에서의 친밀한 교섭을 통해 이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형성되면 불확실성이 감소함으로써 공공 활동에 함께 참여하기도 더 쉬워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그룹이 실제로 많은 점에서 전통적인 시민 결사체로서 기능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소그룹을 통해서 지원을 받고 힘을 얻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을공동체의 회복

이러한 공동체 환경을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이웃들의 도움이 훨씬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공동체는 가족이나 혈연, 민족 등 타고난 지위에 기초한 전통 공동체와 달리, 시민의 덕성에 초점을 둔 현대사회의 새로운 공동체를 뜻한다. 시민공동체는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공동체이지만, 이 시민공동체를 다시 지역 차원의 실천 영역에서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가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한 작동원리이고, 그것이 구현되는 것이 시민공동체라면 이것을 지역사회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실현해야 일상의 공간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공동체는 과거에 자연발생으로 형성된 촌락공동체와 같은 자연적 공동체일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촌락공동체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정신적 근간이 완전히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추구해야 할 지역공동체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맥락에서 공동의 목적과 이념,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이것이 시민공동체가 지역 안에서 형성돼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리적 영역 안에 거주하는 지역의 구성원들이 목적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을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조직화된 활동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일들은 마을 단위로 쉽게 시도될 수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마을 만들기 운동은 일종의 주민자치운동으로 여기서 ‘마을’이란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임을 자각할 수 있고 공동으로 이용하며 활용할 수 있는 장을 총칭한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란 그 공동의 장을 시민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시민의식은 기독교 정신과도 통하는 것이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계에서 ‘마을 목회’와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위험 사회를 극복하려면

얼마 전까지 지역 개발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것은 지역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역사회의 어느 한 측면에만 몰두하는 일면적 지역사회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지역사회 개발의 과정에서 공동체가 무너진 것은 통합적인 접근법을 채택하지 않고 단선적 사고를 함으로써 얻은 결과다. 이러한 점에서 요즘에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은 무분별한 개발로 심각해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도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야생이 파괴된 지역에서 인수공통 전염병 동물이 급증했다는 보고도 있다.

근대 서구학문의 발달과정에서 인간과 환경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환경을 주체인 인간의 인식과 활동을 규정하는 외적 조건이며 이러한 활동의 대상이 되는 객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진행된 근대화의 결과 인류는 엄청난 환경 재앙을 맞을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사고방식의 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경제활동과 생활 자체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형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생태 공원, 생태도시, 생태마을 등 자연친화적인 마을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도시나 마을 전체를 자연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은 주민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나, 주민이 주도하는 다양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에 관심을 갖고 지역공동체 운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각 교회들이 터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하여 책임 의식을 실천해야 한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교회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돕고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신앙의 전통과 그 정수를 지키면서도 이 시대와 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교회 안에 있는 신앙 공동체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염려에 낙심하고 있는 이 시기에 신뢰와 연대를 통해서 난국을 이겨낼 수 있도록 모든 신앙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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