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가 담긴 은천교회의 철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회를 보존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천교회는 부산 지역에 1950년대 세워진 유일한 화강암 건물로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데일리굿뉴스


6·25전쟁 당시 천막교회로 시작해 피난민들에게 구휼죽을 나누고 아이들을 돌봤던 은천교회가 강제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도로 확장공사로 교회 건물이 수용된단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에 부산 지역 건축·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교회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단 여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천교회가 수많은 전쟁 피난민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근대 건축물로, 교회가 지역 일대에 미친 영향을 고려했을 때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은천교회가 부산 지역을 통틀어 화강암 석재로 지어진 유일한 건물로, 65년 동안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됐단 점에서 건축학적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당시 1950년대에 그 어려운 상황에서 석조로 건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굉장히 큰 사업이었을 것"이라며 "현재 1950년대 남아있는 석조건축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 석조건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건축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막에서 시작한 은천교회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들었다.ⓒ데일리굿뉴스


 교회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자 부산서구청은 교회부지 수용을 최소화해 이전 복원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문제는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다. 교회가 토지보상금을 모두 사용하더라도 복원비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교회 측이 건물을 보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지자체와 재개발 관련 기관들이 보존 방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시가 피란수도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점에서, 피난민들의 삶이 담긴 은천교회의 가치에 주목하고 보존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은천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삼남연회도 교회 보존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삼남연회 김종복 감독은 "감리교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고 저희 연회에서도 중구청으로 역사적 가치를 가진 교회인데 보존에 협력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로 확장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은천교회는 내년 2월 강제철거 된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담은 유산인 동시에 나눔과 섬김의 기독교적 정신이 살아있는 은천교회를 보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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