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의 한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거리 두기 캠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특급호텔·고급펜션 만원, 방역·안전 고려
“사람 많은 곳 싫다” 캠핑족 북적
캠핑족·차박 늘어, 홈캉스도 ‘눈길’


5년 차 직장인 권모(33)씨는 평소 휴가철이면 해외로 나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떠나지 못하게 되자 국내 여행을 결정했다. 대신 여유를 만끽하고픈 마음에 최고급 호텔로 예약했다. 권씨는 “코로나19로 아무 곳도 여행을 하지 못해 이번 휴가철만큼은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 받고자 무리해서라도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여름철 ‘휴가 풍속도’를 바꿔놓았다. 하늘길이 막힌 만큼 국내로 수요가 집중되고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는 방식의 휴가가 대세가 됐다. 해외여행 셧다운으로 국내 이동만 가능해진 코로나 시대의 ‘휴가 뉴노멀’이다.

국내 인기 여행지로는 강원도가 급부상했다. 온라인쇼핑몰 위메프가 7~8월 국내 숙박 예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4명 중 1명이 강원도 내 숙소를 예약했다. 지난해에 비해 강원도 숙박 예약은 108% 이상 증가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특급호텔과 리조트, 독채 풀빌라, 고급 펜션 등의 수요도 높아졌다. 대형 특급호텔일수록 방역을 철저히 하고 안전할거란 인식에 대면 접촉이 비교적 적은 독채형 풀빌라·펜션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제주 중문의 특급호텔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대부분 80%의 예약률을 보였다. 호텔 측은 “방역과 안전을 고려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예약률을 80% 수준에 맞춰 조절하고 있다”며 “손님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라이빗 체크인 방식을 적용하고, 수영장·뷔페 이용 시간대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울주군의 한 어린이 테마 시설을 갖춘 풀빌라는 8월까지 예약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바다 전망의 동해안 고급호텔이나 객실에 수영장이 딸린 풀빌라 펜션 등의 경우 50만원이 넘는 하루 숙박료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특수를 누린 곳은 언택트 숲캉스의 메카 자연휴양림과 캠핑장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숲속과 바닷가에서 야영하는 캠핑족이 급증한 것.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차박(차에서 숙식하는 휴가 형태)하는 여행도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캠핑장에서 카라반을 장기 주차하고 시간 날 때마다 와서 피서를 즐기는 문화도 새로 생겨났다.

태안군 관계자는 “예년에는 볼 수 없던 여가 문화가 지역 해수욕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속도”라고 말했다.

휴가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아예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홈캉스(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형태)를 택하거나 휴가시기를 9월까지 늦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코로나19 국민 국내여행 영항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가 기간에 여행하는 것에 응답자들의 30.1%가 ‘코로나19 예방 수칙만 잘 지킨다면 여행을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반면 69.9%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향후 국내여행 재개 희망시기에 대해서는 ‘9월 이후’를 선택한 비율이 33.9%로 가장 높았다. ‘6월
중후반’과 ‘7월’, ‘8월’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2.7%, 13.6%, 10.3%였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휴가철 패턴까지 바꿔놓았다”며 “뉴노멀 관광환경에 적합한 언택트 관광지를 적극 발굴하는 등 관광업계의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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