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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다된 대전, 긴박한 구조현장

조유현 기자(jjoyou1212@goodtv.co.kr) ㅣ 등록일 2020-07-31 08: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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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잠에서 깨보니, 집안에 이미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습니다."
30일 오전 폭우에 침수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전에 시간당 8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이 아파트 5개동 가운데 2개동이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아파트(사진 제공=연합뉴스)

주민들이 집중호우로 아파트가 침수되고 있는 사실을 안 것은 오전 5시 30분께다.
관리사무소는 "비가 많이 오니 빨리 대피하라. 차량을 이동시켜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했다.
오전 9시께에 찾은 이 아파트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가득한 흙탕물 때문에 어디가 현관이고 어디가 도로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흙탕물 위로 빼꼼이 보이는 차량 100여대의 지붕 만이 이곳이 주차장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했다.

황토색 빗물 위로는 각종 생활용품과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다른 주민도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을 듣고 잠에서 깨보니, 아파트 주차장이 완전히 물바다였다"며 "조금만 지체했으면 빠져나오지도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긴급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명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했다.

먼저 다급한 1층에 사는 주민들을 구조하고 이어 2·3층 주민들을 구조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차된 차 안에 주민이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주민 70여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아파트 3·4층에는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이 아파트 1층에 사는 한 주민은 "일어나보니 방에 물이 차 있는 상황이어서 자는 아이들을 깨워 잠옷 차림에 휴대폰만 겨우 챙겨 대피했다"며 "흙탕물 때문에 집안의 모든 살림이 못쓰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 집은 4층이라서 물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집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들은 주변보다 낮은 아파트 구조가 화를 부른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이 아파트 현관과 연결된 주차장은 일반 도로보다 50㎝ 이상 낮은 구조였다.

인근의 빗물이 모두 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방당국의 구조상황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서 "당시 사고 이후 배수로를 설치해 피해가 없었는데, 왜 이런 사달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소방당국은 주민을 모두 대피시킨 뒤 침수된 차량을 이동 조치할 방침이다.
또 인근에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녹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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