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음란물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년 동안 성인물 영상물을 봤다고 답한 청소년은 10명 중 4명꼴이었다. 이 중 초등학생도 19.6%로 조사됐다.ⓒ데일리굿뉴스

차단책 내놔도 우회는 '식은 죽 먹기'
음란물 중독, 왜곡된 인간관계 우려
복음 안에서 '사랑의 본질' 깨워야


#고등학생 A군은 음란물에 중독됐다. 교과서를 펼치면 음란물이 떠올랐고, 수업하러 들어온 여자 선생님들이 음란물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느껴졌다. 상위권이던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음란물 중독에 빠진 남학생의 실제 상담 내용 중 일부다.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년 동안 성인용 영상물을 봤다고 답한 청소년은 10명 중 4명꼴이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도 19.6%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는 2배 정도 더 많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불법 음란물에 대한 폐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더욱 강화된 정책을 내놨다. 유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SNI' 방식이다.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인 SNI 필드에서 차단 대상 서버를 확인해 접속을 막는다. 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겐 우스운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소년 전문사역단체 브리지임팩트 사역원 고은식 목사는 단 시간 내 얼마든지 우회해서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인 청소년들에겐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라는 것.
 
고 목사는 "(영상을 보려는) 1,000명의 아이가 있다면 1,000가지 방법이 있다"고 비유했다.
 
본지가 실제 실험해본 결과, 몇 가지 단어 검색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우회 방법에 대한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안내대로 따라 하자, 정부가 차단한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했다. 검색부터 접속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 됐다.
 
페이스북 등 SNS도 음란물의 온상이다. 청소년 사역을 하는 하늘샘교회 전웅제 목사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들이 SNS를 통해 이른바 고객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음란물 사이트에 한 번 접속하면 걱정할 게 없다"며 "사이트가 폐쇄되면 SNS 등에 새로운 주소를 공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동·청소년들이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음란물 중독이다.
 
실제로 음란물 중독으로 신음하는 아동·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성교육상담센터 숨 정혜민 대표 역시 음란물 중독으로 상담소를 찾는 아동·청소년들이 많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아이들이 음란물 중독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삶이 무너져가는데 자신의 의지로 끊을 수 없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들이 음란물에 중독될 경우,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친밀함, 사랑 등이 아닌 쾌락만을 바라보는 뒤틀린 현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궁극엔 가정과 사회까지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방증한다.
 
음란물 관련 성범죄가 갈수록 심각해 지면서, 음란물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목사는 "복음 교육이 선행된 후 성에 대해서 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정과 교회가 가장 좋은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서, 생명을 잉태하는 수단으로서, 사랑의 고귀한 가치로서의 성을 알려주고 심어준다면 아이들이 그런 문화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을 용기를 갖고 자정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음란물 중독의 아이들에게서 '사랑에 대한 결핍'이 공통으로 나타났다"며 "가정과 교회가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바르게 교육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다음세대에게 사랑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 대표는 이제라도 교회 안에서의 성교육이 주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뿐 아니라 기성세대까지, 각 연령과 각각의 지위에 맞는 다양하고 세분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 각 교회와 노회와 총회가 협력해서 사회적·교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는 코로나19로 청소년들이 음란물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가정과 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와 교사, 목회자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동시에 코로나19가 가져올 문제의 심각성을 놓고 같이 고민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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