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본격 시행 첫날인 1일 홍콩 도심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반대 시위에서 370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체포됐다.
 
  ▲1일 홍콩 도심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겨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코즈베이웨이 지역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밤 10시 무렵까지 370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남성 6명과 여성 4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 가장 어린 사람은 15세 소녀로, '홍콩 독립'의 메시지를 담은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불법 집회, 공공장소 소란 행위,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 중에는 레이먼드 찬(陳志全), 탐탁치(譚得志) 등 민주파 의원 5명도 있었다.

전날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독립·전복 등의 의도를 갖고 깃발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깃발과 함께 성조기, 티베트 독립을 상징하는 '설산사자기', 홍콩이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는 '홍콩국 국기' 등을 들고나와 흔들었다.

전날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N'자가 쓰인 분홍색 식별번호를 조끼에 부착한 경찰의 등장이었다.

'N'은 'National Security'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들은 홍콩 경찰 내에 신설된 홍콩보안법 전담 부서인 '국가안전처' 소속으로 추정된다.

홍콩 경찰은 전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 7명이 부상했다면서 이들의 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렸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를 체포하러 나선 한 경찰이 20대 남성 시위자가 휘두른 흉기에 팔을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흉기를 휘두른 이 남성은 전날 밤 영국행 케세이 퍼시픽 여객기를 타고 홍콩을 떠나려고 했지만, 이륙 직전 비행기에 올라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 남성은 영국행 도피 소식을 들은 친척의 제보에 의해 경찰에 체포됐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또 오토바이를 탄 23세 남성은 완차이 지역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의 깃발을 오토바이에 꽂은 채 시위 진압 경찰을 향해 돌진했다. 이 남성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한편 전날 시위 현장에서는 관세청 소속 공무원 3명도 체포됐다.

이 소식을 들은 헤르메스 탕 관세청장은 불같이 화를 냈고, 이 3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서도 체포된 공무원이 상당수 있었지만, 단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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