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굿뉴스] 천보라 기자 = 한국의 3월은 3.1절로 시작한다. 과거사를 직면하고 인정하며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향한 민족적 정서, 즉 반일(反日) 감정이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여느 때처럼 시작한 3월이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한일 관련 이슈들이 떠올랐다.

일본 방문 한국인 관광객 폭증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관광세 도입 논란,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 등장한 한국어와 주연 채종협의 인기몰이, 천만 영화 <파묘>의 일본 관련 논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열풍,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매국노 발언, 일본 금리 인상 및 엔저 지속,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교과서 승인 등등. 어떤 이슈는 한국 사회에 익숙한 감정을 불러온 반면, 어떤 이슈는 한일 관계에 이전과 다른 결과 층이 더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 방문 한국인 관광객 수 급증은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될 정도로 큰 이슈였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696만 명으로 집계됐다. 방일 외국인의 28%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3.1절 연휴 기간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도 약 21만 명이었다. '노재팬'(No Japan·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이전인 2019년보다 증가했다. 이제는 '예스재팬'(Yes Japa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셜미디어에 쏟아져 나오는 일본 여행 후기들은 새로운 여행객들의 유입 창구가 되고 있다. 덩달아 일본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32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일본 관광객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무려 11년 만이다. 한류열풍에 따른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이 서로 오가며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한일 교류(交流)의 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동체의 분노는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오랜 방식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한일 관계의 근원적 문제를 건드리는 이슈가 터질 경우, '노재팬'은 언제든 다시 일어나 한국 사회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양국 사이 건설적 교류와 파괴적 침입, 연합과 단절은 사실 일제강점기 훨씬 이전부터 반복된 역사였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그렇게 오랜 역사가 만든 정의다.

 ▲교회와 성도는 복음 안에서 일본을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교회와 성도는 복음 안에서 일본을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성도는 복음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성경은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들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정하셨으니"(행 17:26)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이 만드신 족속 안에 한국과 일본이 있다.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 가운데 민족과 나라를 이루시고 그들이 거주할 땅의 경계를 정하신 것도 하나님이시다.

주님의 섭리 안에 이웃해 있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를 향한 부르심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부르심이 있듯, 나라들도 고유의 부르심이 있다. 한 개인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갈 수 없듯, 나라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함께 이뤄야 할 부르심이 있다. 곁에 있다는 것은 함께 연결돼 큰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퍼즐과도 같다.

부르심의 동반자인 일본에는 현재 800만의 신이 존재한다. 일본인들은 불교와 신도가 더해진 범신론적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일본의 복음화율은 1%가 채 안 된다. 개신교 비율로만 따지면 0.4% 정도로 추산된다. 이 통계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해외 선교사들이 떠나면서 목회자가 없는 무목교회는 8,000여 개에 이른다. 일본을 선교사의 무덤이라 부르는 이유다. 성도들의 고령화도 일본 교회에 닥친 막막한 현실이다.

한국교회는 아픈 역사와 뿌리 깊은 감정에도 영적 불모지인 일본을 외면하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78년 일본선교회를 설립해 '일본 1천만 구령 운동'을 선언하고 일본 선교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온누리교회는 1994년 선교사 파송을 시작으로 2007년에 문화전도집회 러브소나타로 일본선교의 새로운 물결을 더했다. 

이제 일본 땅에서 씨 뿌리는 계절을 지나 열매와 추수의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하나님 나라의 부르심 가운데 함께 나아가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십자가만이 모든 원수된 것, 하나님과 사람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목케 한다.[사진=pxhere]
  ▲십자가만이 모든 원수된 것, 하나님과 사람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목케 한다.[사진=pxhere]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엡 2:14~16)

3월은 고난주간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이 기간,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롬 5:8)을 새겨본다. 우리의 회개보다 하나님의 용서가 먼저 주어졌다. 특별히 한국은 하나님의 은혜를 더 풍성히 받았다. 먼저 용서 받은 자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명령하신 사명은 '화목하게 하는 직분'(고후 5:18)임을 기억해본다.

고난주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시간임과 동시에 먼저 은혜 받은 우리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무엇을 부인해야 하는지, 어떤 십자가를 져야 하는지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십자가만이 모든 원수된 것, 하나님과 사람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목케 한다고 성경은 말한다. 그렇게 원수된 것이 허물어질 때 비로소 한 성령 안에서 한 아버지께 나아가는 길이 열린다. 서로 연결되고 함께 지어져 하나님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엡 2:16~22).

복음의 본질은 '용서'와 '화목'이다. 하나님 나라 안에서 두 나라는 어떤 부르심으로 연결돼 있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 일본 가운데서도 교토를 찾아가 봤다. 십자가로 한일의 역사를, 현재를, 미래를 조망해 본다. '가깝고도 먼' 여정 가운데 용서와 화목이라는 복음의 본질만이 남기를, 그리고 이 여정이 먼저 은혜받은 한국이 낭독하는 ‘하나님 나라 주권 선언문’이 되기를 소망한다.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 (고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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