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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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이맘때였다. 대회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행사라며 준비 상황을 적극 소개했다. 새만금 부지 8. 84㎢에서 8월 1일부터 열리는, 전세계 4만 3,000여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문화체험과 함께 야영을 통해 개척정신을 기르고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잼버리 정신을 익힐 거라고 홍보했다. 

당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그 무렵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봤다. 잼버리 103년 역사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유쾌한 청소년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잼버리를 상징하는 스카프를 두른 채,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연결하는 동작을 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인터뷰와 함께 기사에 실렸다.
 
8월 잼버리 행사는 하지만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조롱거리가 됐다. 행사는 전례 없이 기간을 단축해야 했고 서울과 경기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관계자 문책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9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지만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도중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책임지는 이는 없고 시간만 흘러갔다. 11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행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향해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무총장을 포함한 사무국에서 ‘준비가 완벽하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기 때문에 상당한 부실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감사원 감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가장 책임져야 할 두 사람은 무풍 지대에서 커튼 뒤에 숨어 있다”며 야당 의원인 공동조직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할 뿐, 문책 인사는 이뤄지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다. 

잼버리 행사의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주무 부처 책임자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퇴진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행사 이후 6개월 동안 장관은 파행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아래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됐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도 없었다. 인사가 지연되면서 문책성 경질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퇴색했다. 시기를 놓친 인사가 야기한 문제였다.

후임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현행 정부조직법 상 엄연히 존재하는 장관 자리를 기한 없이 공석으로 두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차관 체제로 운영되는 여성가족부가 주요 업무이자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상, 법 규정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잼버리 파행에 따른 뒤늦은 인사와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의 공백을 언급한 것은 최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경질과 호주 대사 인선 등 인사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주요 업무는 시민사회 균형 발전과 종교단체 등을 관리하는 일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종교계의 소통 창구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런 자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특정 언론사를 향해 겁박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지극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전임 수석 비서관 역시 같은 언론사를 향해 “우파 시민들을 총동원해 시위를 해야 된다”는 취지의 언급에 적극 동의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하지 않아야 할 발언이었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 비서실 조직의 역할 분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직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도 논란을 자초했다. 젊은 군인의 안타까운 죽음과 관련해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을, 출국 금지를 해제하면서까지,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로 임명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은 인사다.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상대국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양국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신상필벌이 인사의 기본 틀이 돼야 한다. 문책과 포상이 분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책 인사를 재기용하는 회전문 인사는 국민의 눈에는 오만으로 비친다. 국격을 떨어뜨린 새만금 잼버리 행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송기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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